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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공간과 사람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일 / 루미 호스피탈리티 김도형 겸임교수

  • 등록일 2025.12.02
  • 조회수 56
  • 관광대학원
브랜딩, 공간과 사람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일

루미 호스피탈리티 김도형 상무



 

 

‘일상정원’, ‘슈가스컬’, ‘청킹마마’, ‘광화문 석갈비’, ‘쌈이맛’ 등 서울랜드 외식사업부에서 특색 있는 외식 브랜드들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김도형 상무가 독립 법인 ‘루미 호스피탈리티’로 또 다른 변화와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랜드의 외식부문 자회사 ㈜세우리의 대표이사, 그리고 크래머리 브루어리의 등기이사로서 서울랜드의 외식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그는 최근, 캘리포니아 협회·OB맥주·멕시코 음료회사 하리토스·데킬라 호세쿠에르보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확장성까지 인정받고 있다. 현장 중심의 총괄 실무능력에 감성적 스토리텔링과 디테일한 브랜딩 능력까지 더해진 루미 호스피탈리티의 다음 브랜드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글 김준성 기자  사진 이경섭 실장



그동안 어떤 커리어를 지나왔는지 듣고 싶다.
20대 초였던 1996년, T.G.I. 프라이데이스(이하 T.G.I)에서부터 외식업 현장을 경험해왔다. 식기 세척에서 시작해 주방 모든 파트, 홀 서비스와 매니저, 점장, 지역 본부장 등 현장의 모든 과정과 단계를 밟아 40대 초반 임원으로 최고경영자까지 성장했다. 특히 T.G.I, 온더보더, 캘리포니아피자키친 등의 글로벌 외식 브랜드에서 직원부터 임원까지 한 단계씩 밟아온 30여 년의 시간들이 현재 결과물의 큰 뿌리가 되고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서울랜드 외식사업부에서는 지난 6년 동안 6개 이상의 브랜드를 기획·론칭했고, 서울랜드 내부의 전체 식음료 브랜드들을 리뉴얼 론칭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랜드 외식사업을 외부로 확장해나가는 ‘루미 호스피탈리티’의 총괄 임원, 그리고 서울랜드 외식 부문 자회사 (주)세우리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T.G.I·온더보더·캘리포니아피자키친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크게 주목받았던 브랜드들이다. 각각의 브랜드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1996년부터 11년간 근무했던 T.G.I에서는 매일 스스로에게 ‘외식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다. 결국 그 답은 ‘사람’이었다. 사람이 만든 음식을, 사람이 전하고, 사람이 기억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그때 배웠다. 또 사람의 감성만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장의 논리와 감성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 상황에 따라서는 고객 한 사람의 미소가 손익보다 중요하고, 철저하게 관리한 음식 온도와 수치 하나가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다음 근무한 곳은 멕시칸 캐주얼 다이닝 온더보더였는데, 2007년 3개월 가까이 미국 현지에서 브랜드를 배우고 한국에 론칭한 경험은 무엇보다 컸다. 이곳에서 ‘브랜드는 본질의 재해석’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미국의 시스템을 들여왔다면 그걸 한국 고객의 정서와 감각에 맞도록 본질은 유지한 채 재해석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는 걸 배웠다. 때문에 주방 동선 및 신메뉴를 계획할 때도 늘 ‘이건 고객에게 어떤 감정을 남길까?’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레시피를 접할 때도 납품 원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아니라 품질 테스트에서 최상의 재료를 우선 선택하고 그다음에 판매 가격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이 같은 과정의 결과 때문인지, 2018년에 이르러서는 당시 고객들의 재방문 응답률 80%를 넘어섰고 9개 점포의 연 매출은 300억원 가까이 오르며 브랜드의 황금기를 만들 수 있었다.

2019년부터 서울랜드 외식사업부에 합류하며 그 안에서 기획한 브랜드들도 많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경험과 고민이 브랜드로 구현된 것이기에 남다른 포인트들도 많았을 텐데.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020년, 3개의 신규 브랜드 론칭을 포함해 4개 점포를 공격적으로 오픈했다. 또 이듬해에도 2개 브랜드를 신규 론칭하며 확장과 출점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일상정원’은 도심 속에서도 정서적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기획해 음식·디자인·서비스의 리듬까지 조율한 감성 중심 다이닝으로 자리 잡았다. ‘슈가스컬’은 멕시코의 가장 큰 축제 테마인 삶과 죽음을 스토리와 분위기 안에 담아 기존 레스토랑에서 볼 수 없었던 몰입형 경험 공간으로 설계했다. ‘광화문 석갈비’는 충청도 전통 방식의 석갈비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표준화가 어려운 한식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K-푸드 글로벌화를 위한 프로토타입을 제시한 브랜드다. 또 ‘쌈이맛’은 ‘쌈에 담은 이로운 맛’이라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400명 이상 단체 행사부터 프리미엄 코스 서비스까지 가능한 확장성 갖춘 브랜드로 성장했다. 마지막으로 ‘청킹마마’는 홍콩의 낮과 밤을 테마로 구성한 공간 기획인데, 유명 연예인들의 뮤직비디오·광고·유튜브 촬영 공간으로 활용될 만큼 강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브랜드들은 ‘이야기가 녹아든 고객 경험의 공간’으로 설계됐다. 즉, 사람의 감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간 기획인 것이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갈 모든 외식 공간은 이러한 포인트들을 치열하게 고민해 담아내고 있다.


 

 

외식 브랜드를 구상, 기획할 때의 루틴 또는 과정이 있다면. 
‘브랜드는 한 편의 시트콤’이라고 생각한다. 시트콤은 캐릭터를 먼저 완성하고, 변하지 않는 성격들이 충돌하며 전체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다. 루미 호스피탈리티의 브랜드는 강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처럼 가상의 페르소나 설정으로 시작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간다. 브랜드 구상 및 기획의 과정에서 첫 번째는 ‘시장과 고객 분석’이다. 고객을 한 명의 인물로 상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연령 및 소득이 아니라 퇴근 후 맥주를 주문하는 고객이 앉을 의자의 높이, 조명의 톤, 음악의 리듬까지 디테일하게 시뮬레이션한다. 고객의 심리적 타임라인 안에 우리의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게 만든다. 그다음엔 경쟁 우위 분석을 한다. 경쟁 브랜드를 찾는 고객 페르소나를 만들어 상상한 후 그 데이터 위에 사람의 감정을 얹어 재해석한다. 경쟁 브랜드를 찾은 고객이 ‘부족하다’,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콘셉트다. 브랜드의 모든 행동은 감정의 언어로 해석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의 깊이까지 더해야 한다. 즉 시트콤이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를 갖듯 브랜드 또한 1년 뒤 이야기까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루미 호스피탈리티의 브랜드 기획은 ‘스토리텔링-캐릭터-공간-운영’의 설계 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지난 30여 년 동안 수많은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닿게 된다. 브랜드란 거대한 설계도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시간을 담아내는 이야기라는 것. 지금도 루미 크루들과 함께 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서울랜드 외식사업부에서도 매력적인 브랜드를 많이 만들어왔는데, 별도의 독립 법인 ‘루미 호스피탈리티’를 설립한 이유는? 
이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완벽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빠른 실행과 유연한 대응 및 전환이다. 루미 호스피탈리티 또한 ‘급격한 변화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과 실행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 결과 과감한 물적분할을 하게 됐다. ‘루미(LUMI)’라는 이름에는 ‘한 사람의 일상에 작은 빛을 비추고, 다시 찾고 싶은 영감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여기에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를 더한 것은 우리가 정의하는 외식의 본질이 단순한 서비스나 운영 효율이 아니라 ‘환대’에 있기 때문이다. 음식 맛과 공간의 디자인, 운영 시스템은 모두 환대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독립 법인 체계는 이러한 철학을 일관되게 투영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루미 호스피탈리티는 푸드테크, A.I.와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 의사결정, 브랜드 감성과 현장 실행력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경영 체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5년 후의 ‘루미 호스피탈리티’는 어떤 모습일 것이라 생각하는지.
코로나19 이후 매출액은 2020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앞으로는 현재 8개 핵심 브랜드의 개성을 한층 더 차별화해 지역에 맞는 메뉴 개발 및 콘셉트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콘셉트를 하나로 모은 ‘루미 브랜드 하우스’를 구축하며 전국 단위의 확대는 물론, 해외로의 브랜드 수출과 글로벌 협업 또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A.I. 기반 재고·폐기율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효율을 정교하게 높이는 경영 모델도 확립하려고 한다. 결국 루미 호스피탈리티가 지향하는 모습은 분명하다. ‘기술로 효율을 높이고, 사람으로 감성을 채우며, 브랜드로 문화를 만드는 기업’, 이 문장은 루미 호스피탈리티의 비전이다. 또 이 과정에서 내 역할은 단순히 운영이 아니다. 브랜드를 창조하고 공간과 사람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일, 그게 외식업에서의 내 역할이자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 철학이 변하지 않는 한 루미 호스피탈리티의 브랜드는 계속해서 사람의 기억 속에서 성장할 것이다.


출처 : 월간식당 (https://month.foodbank.co.kr/section/section_view.php?secIndex=6997&page=1&section=004&&newdb=_2007)